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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잎으로 ...유안진

꽃으로 잎으로 ...유안진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곤소곤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리에 우정을 키우며 이 세상 한 울타리 안에 이 하늘 한 지붕 밑에 먼 듯 가까운 듯 꽃으로 잎으로 우리는 결국 함께 살고 있습니다

2019.03.21

한시 - 강남의 여인(江南女)/ 최치원|

강남의 여인〔江南女(강남여)〕 최치원  강남에선 풍속이 제멋대로라           江南蕩風俗(강남탕풍속) 딸아이를 기를 때도 그저 예쁘게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허파에 바람 들어 바느질 대신        性冶恥針線(성야치침선)화장을 끝내고는 악기나 타네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배우는 게 우아한 음악 아니고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그게 다 남녀 간의 사랑 노래라       多被春心牽(다피춘심견)제 생각엔 향기로운 꽃 같은 얼굴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언제나 이팔청춘 누릴 줄 아네        長占艶陽年(장점염양년)이웃집 저 처녀를 도로 비웃지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아침 내내 베틀에서 ..

2019.03.18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

침묵하는 연습 ... 유안진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 건 기쁨이 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Staring at a..

201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