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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치는 밤에 누가 돌아오나 보다/ 유장경

눈보라 치는 밤에 누가 돌아오나 보다/ 유장경  날 저물자 푸른 산 멀어져가고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찬 하늘, 가난한 하얀 초가집               天寒白屋貧(천한백일빈)사립문 멍멍이가 멍멍 짖으니              柴門聞犬吠(시문문견폐)눈보라 치는 밤에 누가 돌아오나 보지   風雪夜歸人(풍설야귀인)* 원제: 逢雪宿芙蓉山(봉설숙부용산: 눈을 만나 부용산에서 자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는 노벨문학상을 타야 마땅한데 상복이 없어서 못 탄 사람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라는 명구가 포함된 저 유명한 ‘해변의 묘지’의 작자이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좌우명을 내게 준 분이기도 하다...

2020.01.30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 - 천 상병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 엘리어트란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생각해보라 12월이 없으면새해가 없지 않는가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우리가 새 기분으로 맞이하는 것은새해뿐이기 때문이다- 천 상병-♪..Danny boy - Eric Clapton(기타 연주곡)2019/12/05/블루로즈

2019.12.06

그대에게 가자 - 이정하

그대에게 가자 - 이정하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수년간 떠돌던 바람,여지껏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더 빨리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솔직히 인정하며,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올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면내가 먼저 찾아 나서자.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두 팔 걷어 부치고 대문을 나서자.  막차가 떠났으면 걸어서라도 가자.늘 내 가슴속 깊은 곳연분홍 불빛으로 피어나는 그대에게.가서, 기다림은 이제 더 이상내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자신 있게 말하자.내 방황의 끝, 그대에게 가자.     (Sortilege - Pierre Porte Wit..

2019.12.02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 / 류시화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편지지 / 인터넷에서

2019.11.29

나도 연꽃처럼 시들어 가네/ 원나라의 어느 여인

나도 연꽃처럼 시들어 가네/    원나라의 어느 여인   내게 보내주신 한 송이 연꽃 贈送蓮花片(증송연화편)처음엔 환하게 곱고 붉더니 初來的的紅(초래적적홍)꺾인 지가 지금 며칠이런가 辭枝今幾日(사지금기일)나처럼 초췌하게 시들어가네 憔悴與人同(초췌여인동)      고려 충선왕(忠宣王:1275-1325)이 원나라에 머무르고 있을 때, 뜨겁게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도 물론 왕을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므로 왕이 귀국하게 되자, 당연히 따라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함께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별의 정표로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고 돌아섰지만, 그 여인이 그리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왕은 동행하고 있던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에게 다시 돌아가서 여인의 상..

2019.11.01

안개 속/해르만 헷세

안개 속/해르만 헷세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세상은 친구로 가득 했건만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회피 할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모두는 다 혼자이다.♬

2019.08.24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우울한 날은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장미 앞에서소리내어 울면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내내 앓고 있을 때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잊지 못하네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길이 열리네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나의 삶이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살아야 해, 살아야 해'오늘도 내 마음에불을 붙이네

201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