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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만들기 / 홍수희

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 그늘 만들기 / 홍수희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홀로 선 내 그림자너무 작았네벗이여,이리 오세요홀로 선 채이 세상 슬픔이지워지나요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만들어 가듯우리도 손깍지를끼워봅시다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네 기쁨이나의 기쁨이 될 때벗이여,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When You Say Nothing at All / Alison Krauss

2019.08.01

간이역 에서

간이역 에서 지나간 시간은 아득한 별의 충돌 그 풀빛 사운 대는 이야기의 밤  밤새도록 꽃들은 달빛 속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파도는 또 밤새도록 아프게 해변을 쓰다듬고 갔겠다 영원의 미로 저 간이역에 아득한 그리움 분홍빛 실루엣 노을로 번진다초록색 음표 하나가 시를 쓰고 창조의 음악과 그림을 그리며 아름다운 신비 모두가 자기 안의 통곡이다자기 통곡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나무 잎 새 하나하나는 연초록 기도하는 떨림이다 아무 일 없는 듯 까떼리니 행  `기차는 8시에 떠나고`가버린 세월의 간이역에서 그리움 흔적 지우고 있다    시 : 허윤정   음악 : 다움까페에서 Haris Alexiou의 'To Treno Fevgi Stis Okto'기차는 8시에 떠나고

2019.07.30

往十理 - 김소월

往十理 - 김소월        비가 온다오누나오는 비는올지라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온다고 하고初하루 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웬걸, 저 새야올라거든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축축이 젖어서 늘어졌다네.비가 와도 한닷새 왔으면 좋지구름도 山마루에 걸려서 운다.    (Rain on The Pond - Wayne Gratz)

2019.07.16

한시 - 금강을 건너며[도금강(渡錦江)]/ 윤종억 작/ 이종문 해설|

금강을 건너며[도금강(渡錦江)] 윤종억 ​금강, 저 강물은 몹시도 시퍼런데 비 맞는 나그네 되어 나루터에 서 있다오 젊은 날 온 세상을 건지려 했던 꿈이 작은 배로 강 건네주는 사공만도 못하구려 ​錦江江水碧於油(금강강수벽어유) 雨裡行人立渡頭(우리행인입도두) 初年濟世安民策(초년제세안민책) 不及梢工一葉舟(불급초공일엽주) . ​그리하여 마침내 봄이 오면, 아버지의 쟁기질이 시작된다. 음지와 양지가 난데없이 뒤바뀌는 텅 빈 논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통쾌하여 속이 다 시원타. 하지만 저렇게 뒤집어서 이 넓은 세상을 언제 다 뒤집어엎는단 말인가. 그리하여 아들은 고향을 떠난다. 온 세상을 한꺼번에 왕창 뒤엎을 참으로 거대한 꿈을 꾸면서. 그러나 그렇게 떠난 아들들은 세상은커녕 한 마지기 논도 뒤엎지 못하고, 고..

2019.07.14

삶은 섬이다 / 칼릴 지브란

삶은 섬이다  /  칼릴 지브란 삶은 고독의 대양 위에 떠 있는 섬믿음은 바위가 되고, 꿈은 나무로 자라는,고독 속에 꽃이 피고, 목마른 냇물이 흐르고오! 사람들아, 삶은 섬이다뭍으로부터 멀어져 있고다른 모든 섬들과도 떨어져 있는 섬이다 그대의 기슭을 떠나는 배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그대 해안에 기항하는 배들이 그렇게 많다 하여도그대는 단지 외로운 섬 하나로 남아 있나니고독의 운명 속에 헤매이면서오, 누가 그대를 알 것인가그대와 마음을 나눌 사람그대를 이해해 줄 사람 과연 누가 있겠는가.            Tears-Donde Voy (눈물-어디로 가야하나) 外 / Chyi Yu

2019.07.05

행복 - 박인환

행복 - 박인환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시들은 풀잎에 앉아손금도 보았다.차 한 잔을 마시고정사한 여자의 이야기를신문에서 읽을 때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훨훨 날았다.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그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노인은 꿈을 꾼다.여러 친구와 술을 나누고그들이 죽음의 길을 바라보던 전날을.노인은 입술에 미소를 띠우고쓰디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있다.그는 지금의 어떠한 순간도증오할 수가 없었다.노인은 죽음을 원하기 전에옛날이 더욱 영원한 것처럼 생각되며자기와 가까이 있는 것이멀어져 가는 것을 분간할 수가 있었다.  (Happiness(Beethoven Piano Sonata) - ..

201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