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

창포49 2018. 6. 26. 13:44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 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 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단 한 구절의 성경도 단 한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 성자처럼 흰 옷을 입고 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 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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