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기도 ...허윤정

              

가을날의 기도 ...허윤정   가을은 나를 그릇처럼 비우게 하소서 내 마음도 저 허퉁한 골짜기처럼 비우게 하소서 잎새를 떨군 쇠잔한 가지처럼 생각의 쭉정이도 다 버리게 하소서 축대 밑 벌레들은 버림받은 영혼을 대신해 울어주고 참으로 나의 허전함을 알게 하소서 봄꽃이 가을을 예비하듯 죽음도 절망도 알찬 열매처럼 예비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슬픔이 스스로의 빛을 찾아가게 하소서. 'Romance' Suite from 'the gadfly' Op.97a (첼로)    쇼스타코비치 (Dmitrii Dmitrievich Shostakovich, 1906.9.25~1975.8.9)는 러시아의 작곡가이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가 원래 '등에(The Gadfly; 소나 말 등의 가축에 붙어서 기생하며 괴롭히는 곤충)'라는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작곡했던 것이다. 영화 제목은 합스부르크 통치 하에 있던 이탈리아에서의 한 혁명가를 비유한 것이었는데, 쇼스타코비치는 이 음악으로 소비에트 체제에 계속 반항하던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곡은 영국에서 템즈 텔레비전 시리즈인 'Reilly, Ace of Spies'에 이 로망스 멜로디가 사용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어떤 영화 어떤 장면에 사용되었든지 음악 자체가 대단히 로맨틱하기 때문에 항상 대중적 인기를 몰고 다니는 명곡이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듯한 유려한 선율은 알 수 없는 슬픔에 젖어 있기도 한데, 삶의 과정에서 기로에 선 인간이 겪는 갈등과 고뇌를 나타낸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