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詩) - 김춘수|

창포49 2018. 8. 21. 16:40

              

                         




밤의 시() - 김춘수

 

왜 저것들은 소리가 없는가

집이며 나무며 산이며 바다며

왜 저것들은

죄 지은 듯 소리가 없는가

바람이 죽고

물소리가 가고

별이 못 박힌 뒤에는

나뿐이다 어디를 봐도

광대무변한 이 천지간에 숨쉬는 것은

나 혼자뿐이다

나는 목메인 둣

누구를 불러볼 수도 없다

부르면 눈물이

작은 호수만큼 쏟아질 것만 같다

이 시간

집과 나무와 산과 바다와 나는

왜 이렇게도 약하고 가난한가

밤이여

나보다도 외로운 눈을 가진 밤이여

    

..

                    

(One More Time - Laura Paus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