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을의 시 / 강은교 外

창포49 2018. 10. 2. 16:43

 

 


천양희,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

 


 

문태준, 빈 의자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쫓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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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가을의 시

 
나뭇가지 사이로
잎들이 떠나 가네
그림자 하나 눕네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정거장에는 꽃 그림자 하나
네가 나를 지우는 소리
내가 나를 지우는 소리

구름이 따라 나서네
구름의 팔에 안겨 웃는
소리 하나
소리 둘
소리 셋
무한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하얀가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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