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 김남조|

창포49 2018. 6. 30. 22:59

              





      사랑합니다 / 김남조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冠)입니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이 가파로운 천인(千仞 )의 준령을
      그 이름 섬기려 왔겠습니까

      샘물이 잠잠히 고이듯
      외따른 숲그늘네 소리없이 지운
      허구헌 날의
      눈물

      당신으로 인해
      슬픔도 이처럼 현란하고
      당신으로 인해
      쓸쓸함도 느껴워 간절하거니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있게 하십시오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최초의 창문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잊으려던 마음은
      오히려 더 못잊는 마음인 줄을
      그리운 당신은 아셨는지요
      눈보라 산허리를 치고
      빙실(氷室)의 인어(人魚)들 더욱 해심(海心)으로
      돌아눕던 밤

      불시에 백만의 별들이 솟고
      별빛 아래 돌아와
      내 눈빛을 살피시면 당신은
      한 줄기 금이 간
      아픈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달밤엔 달빛에 부서지고
      바다의 물결도 깨어져 비치건만
      그러나 여전히
      내 사랑의 사람

      곱디 고운
      길 하나의 베퍼 주십시오
      푸르른 초원(草原)을 함께 가고
      함께 넘으리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시몬/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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