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바람은 떠나는 자의 몫이려니

창포49 2015. 7. 30. 21:34

 



            바람은 떠나는 자의 몫이려니 / 수메르 낯선 새가 우는 한낮에 희미한 기억의 수위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가물거리는 눈시울 사이로 나른한 햇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짙고 끈적한 그림자처럼 때론 삶이 너무 불규칙적이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이미 접은 지 오래 숙취 같은 피로가 잠시 몰려왔다가 사라졌다 모든 걸 놓아버린 듯 의식이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세계 눈 감으면 환상이고 분열된 주체이고 언어와 형상을 떠나 있음과 없음을 초월하는 대상의 도착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병리적 모순들 바람은 떠나는 자의 몫이려니 이승의 노을에 펼쳐진 꿈을 다스려 빈 공간에 작용하는 가장 섬세하고 간절한 촉수가 사랑이라면 새 한 마리 날아 오르듯 가볍게 다가오는 죽음은 소멸에 가깝다 홀연히 사라지는 쇠락의 비범함 천명을 모르는 짐승처럼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는 새들 계절마다 삶의 무늬가 중첩되고 절제된 욕망을 에둘러 그 주변 깊숙히 박혀있는 슬픔의 편린들 순간이거나 긴 시간이거나 어딘가에 매달렸던 흔적이 있을 뿐 허공을 맴돌던 꽃잎들이 서둘러 저 세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햇살은 어제 비추던 곳을 다시 비추니 문득 접어든 시간의 길목에서 어느 속절없는 향기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