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조 - 구룡폭포(九龍瀑布) /조 운(曺雲)|

창포49 2012. 7. 28. 20:06

 

시조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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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룡폭포(九龍瀑布)
      - 조 운(曺雲) 사람이 몇 생(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江)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그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 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이 작품은 이병기, 이은상과 함게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시조시인이었던 조 운(曺雲)의 사설시조다. 이 시조를 주(註)를 달아 하나하나 풀어 쓴다면 아마, 책 열 권이 넘는 대하소설이 될 것이다. 여러 생과 여러 겁(劫)의 시간을 거쳐 금강산에 이른 물과 샘, 강, 바다, 구름, 비, 눈, 서리, 안개, 이슬의 공간을 거쳐 금강산에 이른 물의 만남. 그 기나긴 시간과 광대한 공간의 만남은 한순간에 구룡폭포 아득한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다. 아, 물방울 하나에 새겨넣은 돈오(頓悟)의 순간이여..! 나는 이 시조를 참 좋아한다. 조용한 시간이면 눈을 감고 눈을 뜨고 처음부터 눈으로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천천히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과 의미는 무한(無限)한 우주(宇宙)를 향해 날아간다. 여러 생(生)과 여러 겁(劫)의 시간을 거쳐 나는 한방울의 물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는 한순간 폭포의 아득한 절벽으로 곤두박이 친다. 아, 눈을 뜬다. 물방울이 눈을 뜬다. 드디어 눈을 뜨고 내가 나를 보는 순간이다. 삶이여, 인생이여..! * 조 운(曺雲 1900~?) : 시조시인. 영광(靈光) 출생. 자 중빈(重彬). 필명 정주랑(靜州郞). 본명 조주현(曺柱鉉). 3·1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했으며 1924년 <조선문단>에 <초승달이 재넘을 때> 등 자유시 3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진출했다. 1921년 동아일보 시 `불살너주오` 발표. 단아한 정조로써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한(情恨)의 세계를 다루었는데, 사설시조 <구룡폭포>는 자유시를 능가하는 절창으로 평가되었다. 작품에 <석류><채송화><선죽교> <파초><古梅>등 다수. 작품집 <구룡폭포><조운문학전집>(1990), 복간된 <조운시조집>(1947)이 있다. * 위에 사진은 청도(淸道) 낙대폭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