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들꽃 언덕에서/ 유안진

창포49 2017. 3. 14. 07:30

              







들꽃 언덕에서/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멀리있기  /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Shirley Novak




꽃으로 잎으로 / 유안진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뭐니뭐니 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고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곤소곤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
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리에
우정을 키우며

이 세상
한 울타리 안에
이 하늘 한 지붕 밑에

먼 듯 가까운 듯
꽃으로 잎으로
우리는 결국
함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