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바탕 꿈 _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쓰다(偶書)」

창포49 2019. 5. 16. 22:07

              

한바탕 꿈 _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쓰다(偶書)


한단의 베개 위 일 황당하긴 하지만

총욕寵辱이란 참으로 한바탕 꿈 진배없다.

내 능히 이 이치를 궁구했다 할진대

이 같은 순경順境 만나 두서없음 물리치리.


邯鄲枕上事荒唐      寵辱眞同夢一塲

한단침상사황당      총욕진동몽일장

盡道吾能窮此理      逢些順境却顚忙

진도오능궁차리      봉사순경각전망


*한단침邯鄲枕 : 한단의 한 소년이 도사 여몽의 베개를 베고 낮잠을 한숨 자는 동안에 인간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꿈을 꾸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고사.

*총욕寵辱 : 총애와 오욕. 임금의 사랑을 받고 욕됨을 입는 것. 영욕榮辱과 같다.

*순경順境 : 순조로운 경계


마음의 걸림은 어디서 오나? 영욕으로 인해 부리는 욕심 때문이다. 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되는 궁리에 골몰하

다 큰일을 그르친다. 인간의 부귀와 빈천이란 것이 한바탕 꿈이다. 한단의 여관집 소년은 힘들게 일하느라 인생이

고단했다. 찌든 얼굴로 투덜이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가 도사 여몽의 베개를 잠깐 빌려 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

어서는 이제껏 상상도 못한 부귀영화를 실컷 누렸다. 그러다가 잠을 깨니 모든 것이 원래 그대로였다. 그런데 소

년의 표정이 펴졌다. 다 똑같은 한바탕 꿈인 줄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 걸림 없는 순경順境의 삶을 누리고 싶은

? 마음에서 욕심을 걷어내는 것이 먼저다. 미친 듯 바쁜 일상을 내려놓아야 목에 걸린 생선가시가 빠진.


/ 정 민 평역 <우리 선시 삼백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