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번 바단조 Op.2-1

창포49 2015. 2. 28. 11:13

 

Piano Sonata No.1 in F minor, Op.2-1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 바단조 Op.2-1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에토벤 피아노 소나타 no.1(op.2, no.1) 작품 2의 세 소나타는 스승이었던 하이든에게 헌정되고... 1795년 8월.. 하이든이 영국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리히놉스키 후작의 저택에서.. 베에토벤 스스로가 이 세 곡을 직접 연주하여 들려 주었다... 하이든뿐만 아니라.. 대 작곡가의 스승, 알브레히쓰베르거(John Georg Albrechtsberger 1936 - 1809) 셍크(Johann Schenk), 살리에르(Salieri Antonio 1750 - 1809)등등.. 베에토벤은 어떤 스승의 가르침도 충실히 이행했다고 말할 순 없다... 배울만한 것들은... 모조리 흡수했고.. 그것이 베에토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으나.. 그 모든 것은 베에토벤 특유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밑거름이었을 뿐인 것이다... 이 곡은 작품 2의 세 소나타 중에서... 가장 어두운 느낌이 팽배한 작품이다..

 

 

Wilhelm Backhaus

1악장... Allegro

1악장에 내재하고 있는 감정이나 느낌은 어찌 생각하면 모차르트적인 요소가 다분히 베어 있는 것 같다.. 조금 어둡지만.. 간결하고.. 그다지 무겁지 않으면서.. 흐느끼지 않는 노래... 실제로 제시부의 1주제는 모차르트의 g단조 교향곡(40번)의 끝 악장에 등장하는 동기와 일치한다.. 나는... 이 작품의 어디에서 베에토벤적인 체취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일까? 후기의 소나타에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깊이도 아니요... 중기의 작품들 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분망한 감정의 양상도 아니니... 어느쪽으로 접근을 해 들어가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다...

악간의 긴박감을 주는 1주제.. 첫 동기의 음형을 반복하여 끌어당기다가 아르페지오에서 그 극치를 이룬다.. 그리고 조금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나타나는 2주제.. 사실.. 조금 가볍게 들리는 듯한 초기의 소나타 몇 개를 나는 내심 경시했었는지도 모른다.. 마땅한 어떤 느낌도 특별히 닿아오지 않고.. 아니.. 그냥 귓바퀴 언저리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건 아닌지.... 책을 읽어야 겠다... 내가 가지고있는 책 중에.. 따분하게 분석만을 열거한 책이 무심코 손에 잡힌다.. 평상시엔 눈대중으로 읽기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는데... 책 앞부분에.. 소나타 형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주의 깊게 살피니... 1번 1악장을 분석한 부분이.. 한자 한자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2주제 역시.. 급박하고 긴장감이 넘친다... 정지할 줄 모르고 마냥 달리는 열차처럼.. 종결을 향하여.. 쉼 없이 선율을 몰아간다... 마치.. 하나의 건축물을 부분부분 요리조리 뜯어보고.. 만지고 있는 중이다... 1주제의 주요동기.. 그 안에서의 대조.. 1주제와 2주제의 동기와의 관계.. 동기의 압축.. 그리고 제시부, 재현부...... 일종의 관찰자의 입장에 서서 보니.. 아름다움과는 조금 떨어지게 되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베에토벤이 악상을 엮어나가는 방법에... 나는 점차.. 놀라움과 신기함을 금할 수 없다... 이런 논리적인 구조와 치밀한 설계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집어넣어 표현, 승화시켜..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들게 하는 작곡가... 한발 뒤늦게 지만... 역시 베에토벤 답다.. 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만다...

 

Wilhelm Backhaus

 

 

2악장... Adagio

깊은 울림... 고요함.. 건반을 어루만지듯.. 밀고 당기는 템포 루바토를 사용하여 한음 한음이 내 가슴에 흘러내리기 시작할 때... 나는 문득..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살리에르가 모짤트의 일거일동을 탐색키 위해 모차르트의 집에 보낸 어린 소녀.. 그 소녀를 가정부로 착각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기뻐해 마지 않지만... 그 집에 머물고 있던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반대에 부딪치자.. 잘잘한 언쟁을 하게 되고... 그 사이에서 아내와 아버지를 말리다 못한 모차르트는 고개를 수그린 채 방으로 들어오더니... 펜을 들고 악보에 무언가를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웬지.. 모짜르트의 쓸쓸한 표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세상의 자잘한 일을 체념한 뒤에 몰려오는 쓸쓸함이 한줄기 슬픔의 빛이 되어.. 그의 음악세계에 푸른 화맥처럼 스며들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Wilhelm Backhaus

 

 

3악장... Menuetto & Trio : Allegretto

다시 1악장과 같은 f단조로 복귀... 그리 밝지 않고 차분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트리오 부분에서 장조로 바뀌어 대위법을 사용한 주제동기가 잔잔히 물결친다...

 

Wilhelm Backhaus

 

4악장... Pestissimo

무척 빠르고.. 막을 길 없는 거센 파도의 소용돌이와 같이.. 거칠고 힘차다... 셋잇단 음표의 반주가 상당히 급하게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그 안에서.. 마치 휴화산이었던 듯... 감정의 물결이 폭팔하여 뜨겁게 흘러 내린다... 중간부분에 가서.. 이 셋잇단 음표의 움직임은 4분음표의 부드러운 반주에 자리를 양보한다.. 마음의 긴장을 녹여주는 멜로디가.. 잠시 기분 좋게 이어지지만.. 다시 거센 파도의 물결 속에 가라앉는다... 적어도 나에겐... 뜨거운 마음으로 호흡하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십 몇 년 전..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하여.. 그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무섭도록 매달려 씨름 했던 이 4악장을... 요즘... 다르게 껴안아 볼 수 있었다...

   

Wilhelm Backhaus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이것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음악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위대한 유산이다. 비록 최만년에 소나타를 작곡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의 전생애에 걸친 작곡양식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32곡의 소나타 중 어느 한 곡도 그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곡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세 곡은 '3대 소나타'라고 불리는 8번과 14번, 그리고 23번이다. 이들은 각각 '비창', '월광', '열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8번을 제외하고는 작곡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붙여진 이름이며 상업적인 냄새도 풍기고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곡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베토벤을 진정한 낭만주의자라고 평가하는 근거는 평생동안 끊임없이 추구한 새로운 양식에의 시도에 있다. 교향곡에 스케르초를 도입한 것이라든가, 5번 교향곡에서 같은 리듬의 주제를 전곡에 걸쳐 집요하게 다루는 모습과, 주제를 전개시키고 발전시키는 천재적인 솜씨, 피날레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스케르쪼의 동기, 합창을 도입한 교향곡, 3번 교향곡의 피날레에 등장한 대규모의 변주, 독주악기의 카덴짜로 시작하는 협주곡등등, 그가 시도한 새로운 양식은 수도 없을 정도이다. 피아노 소나타도 예외가 아니어서 '3대 소나타'라고 불리는 소나타들 중 정형적인 소나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23번 하나 뿐이며, 8번과 14번에는 당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이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