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간이 만들어낸 마계촌 - 구룡성채

창포49 2011. 11. 14. 09:04

 

                                                                          밝고. 맑고. 환하고. 이런거 좋죠.

하지만 '밝음'은 언제나 '어두움'이란 존재와 함께 하여야만 성립이 됩니다.

이번엔 밝음이 아닌 후자의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자 그럼..

 

 

 

지금껏 살며 여권을 세번 갱신하였다.

이중 거의 반에 육박하는 스탬프가 '홍콩'의 소인이다.

일로 시작해서 여행으로 찾아간. 그리고 또다시 일로 이어지고

첫방문때 차안에서 세차게 내리는 비사이 완차이빌딩숲 싸인들의 영롱함..

피곤한 몸으로 차에 올라탄. 그리고 마치 젓은 수건을 던져놓듯 난 그렇게 늘어지다시피 앉아있었는데..

 

차창밖으로 쉴 새없이 내리는 비와 교차되는 불빛들. 시선을 사로잡은 그 몽환을 잊지못한다.

이후로 기억과 기억외를 넘나드는 일들. 급기야 가도 괴롭고 안가도 괴로웠던 시절까지..

그리고 이런 감정의 조각들마저도 다시 먼 과거로 흘려버린.

어쨋든 여러모로 표현하기 힘든 추억과 애증이 뒤섞여있는 공간

의미깊은 곳이고 이번에 또 들어가게 생겼다. 후....

 

 

 

구룡성채 - 九龍城寨 Kowloon Walled City

 

 

 

홍콩은 화려한 그 불빛만큼이나 전통역시 살아숨쉬고

새로 손대는 인공이 아닌 전통적인 느낌을 좋아하는지라 그런 나의 취향을 일정부분 만족시켜주는 공간이다.

초고층 빌딩아래 천막이 드리운. 바래고 헤진 플라스틱 탁자에 앉아 술한잔을 건네는 즐거움이란..

홍콩에는 이런 올드한 느낌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압권이 될만한 장소가 있다.

바로 '까울룽씽짜이 - 구룡성채九龍城寨'

 

 

 

음울, 음침.. 구룡성채의 전형적인 계단과 복도

 

 

 

인간계人間界가 있으면 마계魔界가 있다.

마계는 말그대로 동양철학에는 귀신. 서양과 기독교 측면이면 마귀들의 세계라고 일컫는데

이런 얘기는 넘어가고 이 어둡고 음기가 흐르는 마계, 마계소굴 즉 마굴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하였다.

 

 

 

그로테스크. 그 이상의 단어를 찾아야만 이 공간에 갔다붙힐수가 있으리라.

 

 

 

대낮에도 어둠침침한. 마치 악마가 튀어나올거같은 곳. 구룡성채.

이 곳 구룡성채는 영국령인 홍콩내에 존재했던 중화인민공화국 영토인데

실제로는 양쪽 모두의 주권이 미치지 못한 특수지역이었다.

 

 

 

구룡성채 - 전형적인 홍콩 빈민가 모습의 상징인 된..

 

 

 

원래 이름은 '구룡채성'인데 송나라떄 해상 방어의 거점으로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지역 산물인 소금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기지였고 아편전쟁 이후 난징조약으로 영국식민지가 되자

영국의 움직임을 감시하고자 했던 청나라의 주요 전략적 거점이 되었다.

이 후 시간이 흘러 2차 세계대전 후 내전으로 많은 중국난민들이 홍콩으로 들어오는데

이런 정황상 이곳은 중국과 홍콩 양국의 공권력이 미치지못하는 사실상의 주권 공백지대로 전락하였다.

떄문에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밀려와 그 수만큼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지기 시작하고

그 결과 불과 0.03㎢의 면적에 최대 5만 명의 인구가 들어차는 초 고밀도에 미로같은 고층 슬럼이 형성되었다.

 

 

 

실제 거주하고 생활하는 구룡성채의 가게와 주민의 모습

 

 

 

하지만 홍콩의 역사적인 중국 반환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이 곳을 둘러싸고 중영 양국의 신경전은 잦아 들었다.

이 무렵부터 홍콩 정부가 구룡성채 지역에 경찰 파견 및 행정권 등의 주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정부도 이를 묵인, 1987년 철거를 발표, 1993년에 완전 철거되었고 현재 구룡성채 공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작가의 촬영영상. 음산한 기운이 어린 구룡성채 전체가 드러나는순간 놀라움이 밀려온다.

 

 

 

 

철거직전 즈음의 집회와 경찰들의 모습

 

 

 

구룡성채는 그 길을 알 수없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미로 건축물로 이루어진 초대형 슬럼 도시로

홍콩의 화려함과 공존하는 빈민층들의 삶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거기에 걸맞게 마굴, 무법지대 등으로 불리웠는데 보여지는 건물의 모습만큼이나

매춘, 마약, 살인, 범죄, 도피, 은신등의 사건 사고가 난무하는 치안부재의 우범지대로 전역에 악명을 떨쳤다.

 

 

 

이런 사진. 낭만은 있어보인다. 단지 있어보인다일뿐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전까지 중국의 영토이긴했지만 홍콩 경찰이 개입하기 이전까지는

치안 유지를 위한 공권력이 없었으므로, 주민자치에 의해 자경단이 운영되었을 정도로 치안 상황이 심각한 곳이었다.

그만큼 구룡성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사건이 발생되더라도 정부의 힘이 미치지못하는.

그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곡이 들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모사가 꾸며졌을까 추측해볼수가 있다.

 

 

 

공각기동대의 한장면. 이곳이 구룡성채.

 

 

 

이러한 이미지때문에 수많은 문화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던게 사실인데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심지어 배트맨 비긴즈의 고담시조차 이 구룡성채를 모델로 할 정도였다.

한편 비행기가 바짝 붙어 날으는 카이탁공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도 단골로 나오는 곳.

일종의 "홍콩스러운" 문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중경삼림등 영화속 이런 장면 본 사람들 많을것이다. 여기역시 다름아닌 구룡성채 건물.

 

 

 

작가가 찍은 다큐멘타리. 구룡성채 빈민들의 실제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구룡성채의 위용(?). 해질녁의 을씨년스러움이 전달되는 사진. 연출이란게 뭔지 아는군..

 

 

 

이젠 철거되어 시민들의이 쉼을 갖는 공원으로 남겨진 걸 생각해보면 참으로 인생은 아이러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구룡성채. 슬럼, 위험, 범죄로 대표되는 이곳.

그 범죄만큼 실제 수많은 사건에 연루되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갔을 사람들의 통곡까지 들려오는듯하다.

바로 이곳이 인간이 만들어낸 마계촌이 아닐까.

당연히 없어져야할 공간이지만 근대 홍콩 역사의 큰 축을 가졌던 존재감있는 곳이였으니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드는..

현재의 화려한 홍콩은 이런 전통도 있던 공간이기도하다.

우리나라나 홍콩이나 근대사를 살펴보면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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