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스크랩] 겨울길을 간다/이해인, 겨울나무/도종환, 겨울나무/이재무 (사진; bluepoppy님)

창포49 2018. 1. 12. 14:06













겨울길을 간다 ... 이해인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롶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겨울나무 ...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단단한 겨울나무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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