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iegel im Spiegel / Arvo Part ☆
☆별 헤는 밤☆
윤 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펴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히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거울 속의 내가 ☆
이 해인
"아직 살아 있군요"
또 하나의 내가
나를 향해 웃습니다
"안녕하세요?"
살아온 날들
만나온 사람들이
저만치서 나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얼굴을 돌리려 들면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말합니다
"더 예뻐져서 오실래요?"
"사랑하면 된다던데 "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늘 내가 낯설어
도망치고 싶습니다.
☆거울 속의 거울 ☆
김 남조
비가 내리는 모습을
처음으로 자세히 본다
아침부터 와 있던 옛 친구 나의 슬픔과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음악 아니고
음악의 영혼인가 싶은 이 선율을
반복으로 작동해 들으면서
하염없이 비를 본다
또 다른 나의 한 생애를
지금 사는 것 같다
비는 수직으로 내려와
빗물 웅덩이의 수평 잡힌 살결을 가르고
원추형의 아주 작은 물기둥으로
서는 찰나 용해된다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비는
가늘고 길게 약간 휘면서
유리 위 실금으로 흐른다
이리 많은 눈물은 처음 본다
누군가의 눈물이 저절로 따라 흐른다
아니고
합창처럼 한꺼번에 우는
외로운 사람들의
거창하고 후련한 눈물이다
날이 저물고 세상의 모든 등잔에
신성한 등유가 채워진다
Spiegel im Spiegel / Arvo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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