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고 양 이
얼마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밭에서 일하던 아내가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다리고 들어왔다. 김삿갓은 반가우면서도 놀라웠다.
어머니는 어데 가셨고, 자기가 떠날 때 세살이었던 아들 鶴均이가 아직도 저렇게
어리지는 않을 것인데 그 애는 어디 가고 저 애는 누구란 말인가?
알고 보니 그 간의 사연은 이러했다. 어머니는 50을 겨우 넘긴 친정 오라비 내외가
80노모를 두고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의지할 곳 없는 친정어머니를 봉양하고
어린조카들을 거두려고 충청도 洪城으로 가셨고, 학균이는 아들이 없는
그의 큰아버지가 양자로 데려갔으며, 열 살짜리 아이는 부인이
임신한 것도 모르고 김삿갓이 방랑길에 오른 8개월 후에
낳았는데 아버지가 친히 이름 지어주기를 기다리느
라고 아직도 둘째라고만 부른다고 했다.
가슴이 뭉클한 김삿갓은 우선 둘째의 이름을 翼均이라고 지었다.벌서 孟子를 읽는
다는 익균이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매우 총명하였다. 처음 보는 아버지를
무척 따르며 어리광을 부리던 익균이는 글방 선생님에게서 아버지는
시를 짖는데 귀신이라고 들었다면서 시 한 수를 지어 달라고
보채는데 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밤을 타서 이리 저리 싸돌아다니니
여우 살쾡이와 함께 세 걸물이로다.
검은 털에 흰 털 박혀 수를 놓은 듯
푸르고 누런 눈에 쪽빛이 반짝이네.
乘夜橫行路北南
中於狐猩傑爲三
毛分黑白渾成繡
目狹靑黃半染藍
귀한손님 밥상에서 맛난 반찬 훔쳐내고
노인들 품속에서 따뜻하게 지내누나.
새나 쥐 따위가 어찌 교만할 수 있으랴
사냥할 때 그 날쌤 큰소리 칠만 하구나.
貴客床前偸美饌
老人懷裡傍溫衫
那邊雀鼠能驕慢
出獵雄聲若大談
시를 지어 종이에 써놓고 아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니 소년은 들을수록 재미가
나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정말 귀신같다' 면서 고양이에 대한 시를 한 수
더 지어보란다. '이 녀석이 아비를 시험해도 분수가 있지' 하면서도
대견한 아들을 바라보며 내심 흐뭇하여 다시 한 수를 지었다.
온갖 짐승 중에 네 재주가 으뜸이라
날쌔게 오고 가도 먼지 하나 안 나누나
가다가 범을 보면 잠시 자취를 감추고
뛰다가 개를 보면 뺨을 건드려 놀린다.
三百群中秀爾才
作來作去不飛埃
行時見虎暫藏跡
走處逢尨每打顋
주인집 쥐를 잡아 칭찬은 들어오나
이웃 닭 없어지면 의심 받기 일쑤로다
이곳저곳 다니며 울음소리 괴상해
밤에 울던 아이들 겁에 질려 멈추네.
獵鼠主家雖得譽
捉鷄隣里豈無猜
南街北巷啼歸路
能劫千村夜哭孩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