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달빛이 스치고 나면

창포49 2016. 8. 18. 11:46


                  달빛이 스치고 나면 / 수메르


                  계절도 없이 꽃들은 피는지 달빛이 스치고 나면 침묵마저 기어다니는 정적 언제나 깊숙한 어둠의 중심에서 막장처럼 소외되거나 스스로 강물이 되지 못한 시절이 끊임없이 여울지고 낡은 거울을 마주하듯이 제 속을 밑도는 파문(波紋)으로 그리움을 딛고 서는 그 곳에 마치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 세상을 떠돌다 오는 기억의 한켠만이 혼미한 향기로 거듭난다 눈 감으면 밀려왔다 눈을 뜨면 하나둘씩 무너져 내리는, 상념은 눈부시지 않은 결핍이리니 외딴 간이역에서 때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알 수 있을까 되돌아갈 여백이 없다는 것을 쇠락한 흔적 위로 모든 것이 정지된 의식의 점이지대 슬픔은 반쯤 기울어도 슬픔의 정박을 허용하지 않는 곳 적막한 어둠만 그 시리고 선명한 지점에서 무심코 밀쳐둔 한 생애 같은 것과 희미하게 흔들리는 불빛이 교차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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