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소장품 등 150여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
'피란민과 첫눈' '섶섬이 보이는…'
소장처 불확실한 작품 2점, 독자와 함께 찾아나서기로
올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사진)이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다. 하지만, 우리는 이중섭을 너무 몰랐고, 또 홀대했다. 단적으로 국공립미술관에서 이중섭 개인전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중섭의 흔적을 추적할 자료도 변변찮다.
한국 미술의 귀재(鬼才) 이중섭을 다시 보는 뜻깊은 전시가 열린다. 조선일보사와 국립현대미술관 공동 주최로 6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과 1988년 '이중섭미술상'을 제정해 28년째 그의 예술혼을 기리는 조선일보가 함께 여는 국민 화가의 전시답게 최대 규모로 열린다. MoMA(뉴욕현대미술관)가 소장한 은지화 3점을 비롯해 국내외 미술관 소장품, 개인 소장자가 가지고 있어 일반인들은 보기 어려운 작품 등 총 150여점이 덕수궁으로 총집합할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이중섭의 작품이 한데 모이는 건 1986년 서울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이중섭 30주기전' 이후 30년 만이다.
이번 전시 취지 중 하나는 '국민과 함께하는 이중섭 찾기'다. 지면을 통해 소장처가 불확실한 작품을 독자와 함께 찾아 전시장으로 초대할 계획이다. 관객이 준비에 참여하는 쌍방향 전시인 셈이다.
1950년대 초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피란민과 첫눈(세로 32.4㎝·가로 49.7㎝, 종이에 유채)’. 새, 물고기 등 이중섭 그림에 종종 등장하는 동물과 피란민이 엉켜 있는 가운데 펑펑 눈이 내리는 장면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했다. 1979년 개인전 이후, 전시에 나온 적이 없다.
1차로 도록에는 간간이 보이나 정작 어디 있는지 알 길 없는 대표작 2점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하나는 1950년대 초반 작품으로 알려진 '피란민과 첫눈(세로 32.4㎝·가로 49.7㎝, 종이에 유채)'. 삶의 터전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피란민 위로 속절없이 함박눈이 내리고, 온 힘으로 날갯짓하며 절규하는 새들과 팔딱거리는 물고기만이 그들의 고통을 나눈다.
몸 눕힐 곳 하나 없던 피란민에게 눈(雪)은 야속한 존재이면서도, 겨울이면 순백으로 변하는 고향땅 향한 그리움의 증폭제였으리라. 1950년 12월 노모(老母)를 남겨두고 일본인 아내 이남덕 여사, 두 아들, 장조카와 남으로 피란 온 이중섭의 자전적 이야기를 승화한 그림으로 보인다. 1955년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 발표된 것으로 추정되나 1979년 개인전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1951년 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세로 41㎝·가로 71㎝, 합판에 유채)’. 서귀포 피란 시절 그린 그림으로 이중섭의 대표적 풍경화로 자주 언급된다.
또 다른 작품은 1951년 작 '섶섬이 보이는 풍경(세로 41㎝·가로 71㎝, 합판에 유채). 이중섭이 아내, 두 아이와 제주 서귀포의 작은 초가에서 피란살이할 때 그린 그림이다. 세찬 바람에 뼈가지가 휜 팽나무, 현무암을 쌓아 만든 돌담, 초가집 뒤로 바다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섶섬이 보인다. 세들어 살던 초가 근처 정방동 주민센터 쪽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섭의 풍경화 중 사실적이고 정확한 장소가 나와 자주 언급되는 작품인데 정작 소장처는 모른다.
두 작품 모두 동족상잔의 아픈 근현대사를 관통한 작품이다.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은 이중섭 찾기인 동시에, 우리 현대사 되감기다. 작품을 소장했거나 행방을 아는 분은 조선일보 문화사업단으로 연락하면 된다. 우리의 이중섭을 함께 나누는 길이다. 문의 (02)724-6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