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늙음에 대하여 / 신달자

창포49 2014. 11. 29. 00:28

 

 


 

  

 


      늙음에 대하여 / 신달자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옇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엎드리며
      있는 피는 모조리 짜 주고 싶었다
      피의 속성은 뜨거운 것인지
      그 캄캄한 세월 속에도
      실수로 흘린 내 피는 놀랍도록 붉었었다
      나의 정열을 소각하라 전소하라
      말끔히 잿가루도 씻어내려라
      미루지 마라
      나의 항의 나의 절규는
      전달이 늦었다
      20년 내내 전갈을 보냈으나
      이제 겨우 떠났다는 소식이 당도했다
      이젠 마음을 바꾸려는 그 즈음에...


     

             


     

      쓸쓸함에 대하여/김경미

      그대 쓸쓸함은 그대 강변에 가서 꽃잎 띄워라
      내 쓸쓸함은 내 강변에 가서 꽃잎 띄우마
      그 꽃잎 얹은 물살들 어디쯤에선가 만나
      주황빛 저녁 강변을 날마다 손잡고 걷겠으나
      생은 또 다른 강변과 서걱이는 갈대를 키워
      끝내 사람으로는 다 하지 못하는 것 있으리라
      그리하여 쓸쓸함은 사람보다 더 깊고 오랜 무엇
      햇빛이나 바위며 물안개의
      세월, 인간을 넘는 풍경
      그러자 그 변치않음에 기대어
      무슨일이든 닥쳐도 좋았다

     

          
           Violin Solo & Chamber - First Love(첫사랑)
                                            사진제공/이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