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가을비 / 헤르만 헤세

창포49 2014. 11. 3. 17:59

 

 

 

 

 

 

 

 

 

 

 

 

 

 

 

 

 

 

 

 

 

 

 

 

 

 가을비 / 헤르만 헤세

 

 

 

 

  아 비, 가을비,

  잿빛 너울을 쓴 산들,

  지쳐 가라앉는 때늦은 이파리를 단 나무들!

  뿌연 유리창을 뚫고

  이별을 어려워하며 병든 한 해가 바라보고 있다.

  물방울 떨어지는 외투을 입고 한기에 떨며

  너는 밖으로 나간다. 길가에서

  빛바랜 이파리 아래서

  두꺼비와 도룡뇽이 취하여 더듬더듬 나오고

  길을 따라 내리며

  끝없이 물이 졸졸, 콸콸 흐르다가

  풀밭 무화과나무 곁

  성급한 연못에 고인다.

  골짜기 교회 탑에서는

  머뭇거리며 피로한

  종소리가 방울방울 떨어져 내린다

  사람들이 파묻고 있는 마을의 한 사람을 위하여.

  그러나 너는, 사랑하는 이여,

  슬퍼 말라 파묻힌 이웃을

  슬퍼 말라 가버린 여름의 행복을

  가버린 젊음의 굳건한 사람들을!

  모두가 경건한 기억 속에 지속한다.

  말 속에,모습 속에, 노래 속에 간직된다

  귀환의 축제를 영원히 준비하며

  새로워진, 보다 귀한 옷을 입고,

  너는 간직하기를 도우라, 변화하기를 도우라,

  그러면 네 마음에서 꽃이,

  믿는 기쁨의 꽃이 피리라.

 

 

 

 

 

Memories - Richard Clayderman & Francis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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