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생명 / 김남조

창포49 2014. 1. 17. 17:40

          



생명 /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꽃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 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