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허기(虛氣) ...천양희

창포49 2012. 11. 10. 11:27

 

 

 

 

 

 

 

 

허기(虛氣) ...천양희


너와 둘이 있을때
외롭지 않으려고
나는 너을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았다

갈 데 없는 마음이
오늘은 혼자 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더 덤빈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어본다

밥을 먹고 돌아서도
허기가 진다

허기가 지면 나는 우울에 빠진다

어느땐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천양희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生覺한다는 건
生을 깨닫는다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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