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박경리

창포49 2019. 4. 3. 17:40

              




윤사월(閏四月) / 1987 / 25.8 x 17 / 종이에 채색 / 천경자화백


          * 삶 / 박경리

          대개
          소쩍새는 밤에 울고
          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

          풀 뽑는 언덕에
          노오란 고들빼기꽃
          파고드는 벌 한 마리

          애닮게 우는 소쩍새야
          한가롭게 우는 뻐꾸기
          모두 한 목슴인 것을

          미친 듯 꿀 찾는 벌아
          간지럽다는 고들빼기꽃
          모두 한 목슴인 것을
          달 지고 해 뜨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듯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중 간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