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
나이 서른 다섯에 요절한
소설가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
경성제1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면서
작품활동에 전념하여 1940년까지
해마다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였으며
1934년 평양숭실전문학교 교수가 되었다.
1940년 아내를 잃은 시름을 잊고자
중국 등지를 여행하고 이듬해 귀국했으며,
1942년 뇌막염으로 언어불능과
의식불명 상태에서 죽었다.
1936년, 그의 나이 30세에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1930년대 조선 시골사회를
아름답게 묘사한 단편소설이다.
주인공 허생원과 동이,
그리고 조선달이 봉평 장날을 마치고
다음날 대화장을 위해
팔십리 길을 밤새 걸어가며 나누는
달밤의 이야기는
그 옛날 성서방네 처녀와
물방앗간에서의 단 한번 맺은 인연과
그 인연에서 비롯된
아들이 동이라는 짐작이
마지막에 왼손잡이가 증거(?)로 마무리 된다.
산문적 서정성이 가장 빼어난 '메밀꽃 필 무렵'은
작품의 배경인 메밀 밭과 개울가,
그리고 달빛
부드러운 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노새들을 그림처럼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단순히
하나의 풍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인연, 부모 자식의 인연을
애잔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특히 이제는
누구라도 읊조릴만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소금을 뿌린듯한~"이라는 표현..
달빛에 드러난
메밀꽃밭을 일러 하는 말이었으나
이제와서는 대낮에
메밀밭을 바라보면서도 '소금을 뿌린듯 하다"라고 말하게끔 되어버렸다.
그의 고향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서는
해마다 9월이면
그가 쓴 소설의 제목을 인용한
메밀꽃 축제가 벌어진다
사실 그때 그 상황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달밤에 봉평에서 대화까지 걸어가면서
메밀밭을 보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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