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千眼)의 손
화려한 금동불은 손을 잃었다 투박한 석존불은 손을 가졌다
무엇을 얻고? 또 잃었는가?
정안수에 앞 어머니 그손이 觀音寶薩 손
손은 마음을 담는다 손은 千里를 담기도
참 회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 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 먹지 못하고 앉아보지 못하고 앉지 못하리
소년 부처
경주박물관 앞마당
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 있는 화단가
목 잘린 돌부처들 나란히 앉아
햇살에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
조르르 관광버스에서 내려
머리 없는 돌부처들한테 다가가
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소년 부처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 정 호승 -
백팔염주 / 최영숙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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