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ULDER, COLORADO (GRAVEYARD) 1972-75
우리는 때로 사람이 아냐
시각을 모르고 위도와 경도를 모르고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핥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이전의 것은 전혀 사랑이아냐
아니, 모든 사랑은 언제나 처음
하루와 천 년을 헛갈리며 천국과 지옥 사이 달랑달랑 매달린
재투성이 심장은 여러 번 굴렀지
우리 심장은 생명나무와 잡종 교배한 슈퍼 선악과
질문의 수액은 여지없이 떨어져 자꾸만 바닥을 녹여 가령,
우리는 몇 시입니까?
우리는 어디입니까?
우리는 부끄럽습니까?
외로워 죽거나 지겨워 죽거나
........
정한아 님의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모두 천사였을 거야" 中
FRANCESCA WOODMAN (1958-1981)
American photographer
13세에 사진을 찍기 시작한 소녀는 23세가 되던 생일 날,
창문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맨하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의 사진전을 기획했던 에르베 샹데스는 이렇게 말한다.
" 그녀 자신은 지나가는 것, 일시적인 것, 변해 가는 것과 부서지기 쉬운 것을 상징한다.
유예된 순간을 잡아내는 것보다 이러한 사진 들은 슬며시
사라져 가는 것 속에서 시간을 보게 한다...
항상 사라지기를 원하면서 우드먼은 자신의 주변 혹은
다른 장소들 속으로 녹아들거나
스스로를 상실한다. "
1958년 콜로라도주의 볼더에서 태어난 프란체스카 우드맨은
젊은 나이로 자살한 미국의 70년대 여류 작가로
마치 자신이 유령인 것처럼 초상 사진을 찍었기에
프랑스의 작가 필립 솔레르 는 프란체스카를 여마법사라 부르기도 했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일련의 셀프 누드 포트레이트을 감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종종 신디 셔먼과 비교가 되기도 하는 프란체스카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이지만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사진에서는 대단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여성 작가이다.
생일날 스스로 생을 마감할 만큼
그녀 안엔 감당하지 못할 격정적인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빴던 것일까.
짧은 생애 동안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광기 혹은 공포, 이런 단어들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
어떤 아련함의 여운 때론 강한 영혼의 울림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2012 / 04 / 02 inu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