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학포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창포49 2011. 12. 15. 11:58

 

(학포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 이상좌, 송하보월도(조선 16세기, 190.0 x 81.8cm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안견 이래 최고의 화가를 꼽자면 단연코 학포(學圃) 이상좌(李上佐)이다.

어숙권의<패관잡기 稗官雜記>에 의하면 이상좌는 본래 어느 선비의 가노(家奴)였으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뛰어나

중종의 특명으로 도화서(圖畵署) 화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상좌는 특히 인물과 초상에 능하여 1534년엔 예조에서 한나라 때 편찬된 열녀전(烈女傳)을 국역할 때 삽화를 그렸으며,

1545년엔 돌아가신 중종의 어진(御眞)을 석경(石璟)과 함께 추모(追模)하여 그렸다고 한다.

또 1546년에는 공신들의 초상을 그린 공으로 <원종공신(原從功臣) 정식 공신 등수 밖의 공신>

칭호를 받았으며 기녀 상림춘(上林春)의 요청으로 산수인물도를 그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유작은 모두가 전칭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도화서에 보관되었다는<화원별집 畵苑別集>에 실린 <낮잠>이라는 소품,

일본에 전하는<월하방우도 月下訪友圖)를 비롯한 전칭 대작들 그리고 미수 허목이 1671년에 발문을 쓰면서 이상좌의 그림이라고 증언한

<불화첩>(보물 제593호,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등을 보면 그의 명성에 값한다.

월출산 도갑사에 있던 조선시대 불화의 최고 명작<관음32응신도> 또한 그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송하보월도 松下步月圖>는 남송의 대가인 마원(馬遠)풍의 산수화로 가히 명화라 할 만하다.

벼랑 위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로 난 길을 도포를 입은 한 선비가 동자와 더불어 거닐고 있다.

선비의 수염과 옷자락, 소나무 가지와 가지에 매달린 넝쿨들이 같은 방향으로 바람에 나부끼고 있어 화면상에는 강한 동감(動感)이

일어나는데 소나무 너머 저 멀리 화면 맨 위쪽에는 둥근 달이 떠 있다.

여백을 살린 대각선 구도로 대단히 시정적(詩情的)인 작품이다.

비록 전칭으로 불리지만 조선 전기에<송하보월도> 같은 명화가 전한다는 것은 한국 회화사의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이상좌 같은 전설적인 화가에 대해서는 마땅히 전기를 기술하는 것이 미술사가의 임무이고 도리이겠건만

그에 관한 자료가 이것뿐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유홍준의 국보순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