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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夢令花寄內(여몽령기내) / 丁若鏞(정약용)
一夜飛花千片(일야비화천편)
하룻밤 새 지는 꽃이 천 조각인데
繞屋鳴鳩乳燕(요옥명구유연) 산비둘기와 어미 제비가 지붕을 맴도네
孤客未言歸(고객미언귀) 외로운 나그네 돌아간다 말 못하니
幾時翠閨房宴(기시취규방연) 언제나 침실에서 아름다운 인연 맺을까나
休戀休戀(휴련휴련) 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
추창夢中顔面(추창몽중안면) 서글피 꿈속에서 본 그 얼굴을
다산 정약용은 시국 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에서 오랜 귀양살이를 해야 했다. 40세의 한창 나이에 처자식을 떠나와 60세가 다 되도록 18년간 귀양살이 중에 자신의 집과 두고 온 아내를 그리면서 지은 시다.
하룻밤 자고나면 꽃잎이 무수히 지고 또 한 계절이 지나갔다. 산비둘기도 집으로 돌아오고 어미 제비도 새끼를 찾아 돌보건만 자신은 돌아가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
참다 참다 못한 다산은 그만 감정이 폭발한 듯 하다. 어쩌면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이렇게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다 죽을지도 모르는 일 결국 다산은 포기하고 만다. 어젯밤, 그젯밤, 매일 밤 꿈속에서 보아온 아내의 참담한 얼굴을 더 이상 그리워 하지 말자
차마 그립다 말도 못하고 남정네 속내 다 드러낸 구구절절한 편지 한 장 띄우지 못한 서글픈 심사를 한 편으로 시로 읋조린 양반.. 그 애달픔이 차가운 바람처럼 스며드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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