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 입추(立秋) /조 운(曺雲)

창포49 2011. 8. 10. 13:25

 

시의 향기










      - 입추(立秋)
      - 조 운(曺雲) 봄가고 여름도 가고 이제 또 가을이다 누구라 하나 곱다는 이 없것만은 철없는 이 마음은 오는 철 가는 철에 무엇을 이리도 기다리노? 지는 꽃을 지는 꽃을 어떻게 합니까 꾀꼬리가 운대도 모르는 척하고 저 혼자 지는 꽃을 어떻게 합니까. 여름 가면 가을 꽃 피어난다. 지난 계절에 피었던 꽃이 자리를 내줄 시간이다. 찌는 볕 아래 울타리를 타고 환장하리만큼 화려하게 피었던 으아리 꽃이 소리 없이 시들었다.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기억 저편으로 떠날 채비다. 꽃 울타리 따라 분주히 오가는 청설모의 법석도, 꾀꼬리의 지저귐도 모른 척하고 고요히 떨어지는 꽃 따라 여름의 꼬리가 간당인다. 잔인했던 비바람 흩어지고 가을 향한 그리움이 하냥 깊어졌다. 가을이 우뚝 서는 입추다. 그러나 아직 한낮 햇살을 받아내는 맨 얼굴은 쓰라리다. 가을 기다리는 여름 아침의 철없는 마음은 하릴없다. * 조 운(曺雲 1900~?) : 시조시인. 영광(靈光) 출생. 자 중빈(重彬). 필명 정주랑(靜州郞). 본명 조주현(曺柱鉉). 3·1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했으며 1924년 <조선문단>에 <초승달이 재넘을 때> 등 자유시 3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진출했다. 1921년 동아일보 시 `불살너주오` 발표. 단아한 정조로써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한(情恨)의 세계를 다루었는데, 사설시조 <구룡폭포>는 자유시를 능가하는 절창으로 평가되었다. 작품에 <석류><채송화><선죽교> <파초><古梅>등 다수. 작품집 <구룡폭포><조운문학전집>(1990), <조운시조집>(1947)이 있다. -사맛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