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백발한 - 白髮恨
진종일 산속을 걷다가 어느 오막살이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김삿갓이
다음날 아침 상투를 다시 틀려고 거울을 들려다 보다가 적이 놀랐다.
‘아니 내 머리가 어느새 이렇게 반백이 되었던가?’
머리카락을 헤집고 다시 살펴보니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았다.
그 옛날 白樂天은 흰머리 한 올을 발견하고도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지 않던가.
어느새 하얀 머리카락 한 올이 아침 거울 속에 나타나 보이네. 한 가닥뿐이라고 안심하지 말라 이제부터가 백발이 될 시초니라.
白髮生一莖 - 백발생일경 朝來明鏡裏 - 조래명경리 勿言一莖少 - 물언일경소 滿頭從此始 - 만두종차시
백낙천은 흰머리 한 올을 보고도 늙어 감을 한탄했는데
나는 이미 반백이 넘었지 않는가.
김삿갓은 백발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무심히 넘길 수가 없어서
지나온 반생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은 <白髮恨>을 읊었다.
넓고 넓은 천지간에 대장부 사나이야 내 평생 지낸 일을 뉘라서 알 것이냐 삼천리 방방곡곡 부평초로 떠돌아서 사십년 긴긴 세월 글과 노래 허사였네.
嗟平天地間男兒 - 차평천지간남아 知我平生者有誰 -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 평수삼천리랑적 琴書四十年虛詞 - 금서사십년허사
청운의 꿈 어려워 바라지도 않았으니 나이에서 오는 백발 슬퍼하지 않노라 고향 꿈에 놀라 깨어 일어나 앉으니 삼경에 날아든 새 남녘 가지에서 우짖누나.
靑雲難力致非願 - 청운난역치비원 白髮惟公道不悲 -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神起坐 - 경파환향신기좌 三更越鳥聲南枝 - 삼경월조성남지
계속...

대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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