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꼬를 채워 발꿈치를 상하게 함은 복이요
험함을 보고서 멈춤은 지혜이다
이미 상했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요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으면 어찌 넘어지랴!
그 자리에 편안히 머물러 있으면서
변(辨)을 깎는 지경에 이르지 말지어다
군자는 제 자신을 잘 돌아보나니
스스로 힘쓰는 것을 책무로 삼느니라
- 기준(奇遵) -
건은 어려움이니,험함이 앞에 있는 것이다.
험함을 보고 멈추니 지혜롭다.
어려움을 눈앞에 만나면 일단 그 자리에 멈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 우선 자기가 맞닥뜨린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직시 없이, 무리하게 그 어려움과 맞서다 보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당랑거철(螳螂拒轍) 고사의 그 사마귀가 그랬다
사마귀가 길을 가다가 수레바퀴와 마주치자 앞다리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터, 수레바퀴에는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하고
저 혼자만 깔려 죽고 말 것이다.
만용이요 지혜가 없는 것이다.
다리 기둥에 맞선 어리석은 복어도 있었다
어느 날 강가에 사는 복어 한 마리가 헤엄을 쳐서
다리 사이를 지나다가 그만 다리 기둥을 들이박고 말았다
그럼에도 복어는 되레 기둥이 자기를 들이받았다면 잔뜩 화가 났다
그리고는 뺨을 볼록하게 하고 지느러미를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그 위를 날아가던 솔개가 복어를 잽싸게 낚아채 갔다
다리 기둥을 돌아서 갈 줄은 모르고 무모하게 맞선
결과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소식(蘇軾)의 이어설(二魚說)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섣불리 맞서서는 안 된다
물처럼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물은 흘러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 줄을 안다.무모하게 그 장애물과 맞서지 않는다
이것이 지혜이다
그래서 공자도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하였다
발에 차꼬를 채우고 발꿈치를 상하게 하는 것은
작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징계하기 위해
시행했던 고대의 형벌이다
이를 두고 주역 서합괘에서는 '허물이 없다' 하였고
주역 계사전에서는 '작게 징계하여 크게 경계함은 소인의
복이다' 하였다.
죄가 작을 때와 죄를 범한 초기에 징계함으로써
더 큰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허물이 없는 것이요 오히려 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비록 평상의 다리가 조금 절뚝거린다 하여
섣불리 그것을 고치려 들다가는 자칫 변을 깎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주역 박괘에서는 '상을 깎되 변에 이르나니
정도(正道)를 없애므로 '흉하다' 하였다
변이란 평상의 받침목으로 평상의 몸통 아랫부분과
다리의 윗부분에 해당하며
몸통과 다리가 구분되는 곳을 가리킨다
비록 한쪽 다리가 조금 절뚝거려도 평상은 그럭저럭
평상의 구실을 한다.
그러나 변이 망가지면 평상은 제구실을 아예
못하게 된다.그로써 평상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꼴이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
그렇다고 어려움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포자기할 일도 아니다
어려움을 만나면 먼저 자기를 철저하게 반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슬기롭게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군자이며 건상은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비결을 일러 주고 있다.
- 조선 선비, 일상의 사물에게 말을 걸다 중에서 -
작성자/심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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