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남남 - 조병화

창포49 2011. 1. 9. 21:26










남남/조병화 
1 
푸른 바람이고 싶었다 
푸른 강이고 싶었다 
푸른 초원이고 싶었다 
푸른 산맥이고 싶었다 
푸른 구름 
푸른 하늘 
푸른 네 대륙이고 싶었다 
남남의 자리 
좁히며 
가까이 
네 살 닿는 곳 
따사로이 
네 입김이고 싶었다 
네 이야기이고 싶었다 
네 소망이고 싶었다 
네가 깃들이는 
마지막 
고요한 디도의 둥우리이고 싶었다 
흙바람 개인 날 없는 
어지러운 너와 나의 세월 
마른 내 목소리 
푸른 네 가슴이고 싶었다 
푸른 네 목숨이고 싶었다 
너와 날 묻을 
푸른 대륙이고 싶었다. 
14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기도와 같은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나의 산장(山莊)을 닮은 공적한 
먼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때론 신도 찾아드는 깊은 밤에 
혼자서 타고 있는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순수를 태워서 투명한 눈물이 되는 
무구한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시인의 혼을 태워선 말의 비를 내리는 
고열한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산림을 빼앗긴 맹수와 같은 나의 혼에게 
먼 옛집처럼 멀리 비치는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어두운 이 지구 인간 세계에서 
스스롤 태워서 스스로 꺼지는 
종교와 같은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중세(中世)의 기도처럼 검은 상옷을 두르고 
밤이 새도록 찬 겨울밤을 눈을 뜨고 
혼자서 타고 있는 
가는 그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아, 그와도 같이 변하는 세상에서 
영원을 울고 있는 
갈망과 같은 그 애련한 불꽃을 본 일이 있겠지 
그게 너 
그 불꽃을 탄다. 
27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데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서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은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tears from heaven - eden river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eh루시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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