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an Baptiste Regnault - Origin of Painting, 1785
Oil on canvas 140 x 120 cm
Musee national du Ch‚teau , Versailles
옛날 코린토스라는 곳에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녀에게는 애인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먼 나라로 떠나 보내야 했다.
슬픔에 빠진 소녀는 애인과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애인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때 소녀에게 불현듯 묘안이 떠올랐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남자의 얼굴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Joseph Benoît Suvée - Invention of the Art of Drawing 1791
Oil on canvas, 267 x 131,5 cm
Groeninge Museum, Bruges
소녀는 애인을 등잔불이 밝게 비추는 벽 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등잔불로 인해 생긴 그림자를 따라 남자의 윤곽을 정확하게 그려나갔다.
이렇게 해서 인류 최초의 사실적인 초상화가 탄생하게 되었다.
애인의 모습을 그의 부재중에도 계속 보고 기억하고자 한 소녀의 사랑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회화예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Joseph Wright of Derby - The Corinthian Maid, 1782-84
oil on canvas 106x130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18세기 영국 화가 조지프 라이트가 그린 <코린토스의 처녀>는 바로 그 전설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된 초상화의 탄생을 화가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붓길로 표현했다.
이 전설로 알 수 있듯, 그림은 평면 위에 구체적인 대상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선사시대 사람들로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보고 경험한 것을 시각적으로, 조형적으로 모방하는 것, 그것이 그림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회화는 그저 단순히 본 것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코린토스의 소녀가 애인을 계속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자신의 그림에 실었듯,
회화에는 그림을 그린 이의 생각이나 감정 혹은 그가 속한 시대의 정서나 염원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회화는 이처럼 "외부 대상의 형상이나 기타 이미지를 빌어 내적인 의미를 평면 위에 표현하는 예술"이다.
이주헌님의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中
Origen - Tender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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