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술 취한 님에게 주는 글

창포49 2010. 11. 14. 14:48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한시의 산책







      - 술 취한 님에게 주는 글
      - 梅窓(매창),贈醉客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취객집라삼 나삼수수열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불석일라삼 단공은정절 술 취한 님이 옷자락을 잡았네 옷자락이 손길 따라 찢어지네 한낱 비단옷은 아까울 것 없지만 정이 끊어질까 두렵기만 하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밤 깊도록 연분을 나누다가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진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다. 술에 취한 님이 나를 사랑한다고 비단 옷소매를 잡아당겨 끌어안다가 비단옷이 잡은 손에 의해 그만 찢어져 버렸다. 이 한낱 비단옷이 찢어진 것은 아까울 것이 없다. 그것은 다시 비단을 떠서 만들면 되는 일이지만.. 행여나, 이 비단옷이 찢어지는 것처럼 님과 나와의 사랑이 끊어질까 마음이 서러워지고 자꾸만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 찢어지는 옷을 보니 님과의 사랑이 금이 가는 징조가 아닌가 하고 지레 걱정이 될 뿐이다. 사랑이 깊어지고 애틋한 그리움이 쌓이면 조그마한 일에도.. 혹여, 그 사랑이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두려워하는 심정을 쓴 것이다. 매창에게는 필생의 섬려한 연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천민 출신의 뛰어난 시인 유희경(1545~1636)이다. 매창은 나이 스물에 만난 28살 연상의 유부남 유희경을 평생토록 가슴에 담고 살았다. 멀리 한양에 사는 유희경을 내내 사모하고 못내 그리워했다. 시조 '규원(閨怨)'은 유희경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담긴 연시다. 그립고 안타깝지만 말도 못하고 / 하룻밤 시름으로 머리는 세었으라 / 이 몸의 괴로움을 알고 싶거든 / 얼마나 이지러졌나 금가락지 한번 보소 / 쌍선봉(雙仙峰).. 이제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바람 내리는 산사 월명암(月明庵)은 더욱 그윽하다. 천년 고찰이다. 예로부터 손꼽혀온 산상무쟁처(山上無諍處)다. 창건주 부설거사와 진묵의 행장이 우뚝한 절이다. 용성,고암,월인,만허 같은 근대의 고승들이 정진했던 가람이다. 매창은 월명암을 자주 드나들었다. 참선 삼매에 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천하의 전망대로 이름난 월명암 뒤편 낙조대에 올라 시 한 수를 읊고 '등월명암(登月明庵)'이란 제목을 달았다. 하늘에 기대어 절간을 지었기에 / 풍경소리 맑게 울려 하늘을 꿰뚫네 / 나그네 마음도 도솔천에나 올라온듯 / 황정경을 읽고 나서 적송자를 뵈오리라 / 매창은 37세에 지구의 바깥뜰로 떠났다. 구전에 의하면 폐병이 매창을 앗아갔다고 한다. 남의 집 곁방에서 사유를 알 수 없는 시신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영영 쓸쓸한 종말이다. 그녀 사후, 58년이 지난 1668년에 내변산 개암사에서 목판으로 찍은 "매창집"을 엮어냈다. 오늘날까지 58수의 시가 전한다. 누구의 헌화인가. 무덤 앞에 국화가 놓여있다. 거문고와 함께 묻혀 한 줌 풀거름으로 돌아간 조선의 가인은 지금 우주의 어느 푸른 공간에 머무는가. 술잔을 채워 제단에 올린다. 둥기당기 둥당기..♬ 창망한 허공 어디선가 거문고 가락이 울려오는 듯하다. 취하시라, 맘껏 노래하시라, 순결한 시혼(詩魂)이여! 다시 술을 따른다. * 梅窓 : 姓은 李氏, 자는 天香, 桂生, 본명은 香今, 扶安의 名妓.
 

출처 : banyane
글쓴이 : 청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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