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소설김삿갓]70. 여주 신륵사(神勒寺)|

창포49 2010. 11. 9. 18:16

 

 

 

 

 

 

 

70. 여주 신륵사(神勒寺)

 

원주 覺林寺에서 나온 김삿갓은 발길을 驪州로 돌렸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고장은 되도록 피하면서도 명승지만은 골라가며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주에서 대표적인 명승지는 뭐니 뭐니 해도 神勒寺라 하겠다.


신륵사는 鳳尾山 동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바로 눈앞에는 한강의 상류인 驪江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강가의 바위 위에는 江月軒이라는 정자까지 서있어서 고려 때

명승 懶翁禪師의 일화와 함께 산수의 조화미 위에 또 하나의 멋을 더하여 가위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벽돌로 쌓아 올린 유명한 塼塔이 있어서 속칭 벽돌벽자 甓寺라고도 하는 절이다.
강월헌에는 시인묵객들의 시가 많이 걸려 있는데 고려 말의

큰 선비 牧隱 李穡의 다음과 같은 시가 눈길을 끌었다.

 

천지는 가이 없어도 인생은 가이 있으니
호연히 돌아가려 하나 어디로 갈 것인가
여강의 산은 그림처럼 아름다워
반은 단청 같고 반은 시와 같구나.


天地無涯生有涯
浩然歸志欲何之
驪江一曲山如畵
半似丹靑半似詩

 

유유히 흐르는 여강을 굽어보며

자연의 무궁함과 인생의 유한함을 노래하면서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를 한탄하고 있다.

망국민으로서의 회한일 수도 있겠고 인생무상을 읊조린 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옆에는 역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陽村 權近의 시도 걸려 있었다.

 

나 여기 와 아름다운 강산을 사랑하며
진종일 배도 타고 난간에도 기대 본다.
물 밑에는 절의 그림자 아른거리고
숲 사이에는 선경이 보이는 듯 마는 듯하구나.


我來愛此好江山
終日乘船又倚欄
水底森羅開佛刹
林間隱約見仙壇

 

신륵사의 종소리 한 밤중에 울려서
광릉에 돌아갈 길손의 꿈을 깨워 주네
만약 장계더러 이곳을 구경하라 했다면
한산만을 유명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甓寺鐘聲夜半鳴

廣陵歸客夢初驚
若敎張繼曾過山
未心寒山獨擅名

 

중국 蘇州에 있는 寒山寺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었다는 張繼의 <楓橋夜泊>이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신륵사의 경승과 여강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끝까지 節義를 고수했던

牧隱과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데 일익을 담당했던 陽村, 다 같은 이 나라의

석학이었지만 같은 山河를 바라보는 느낌은 이처럼 서로 달랐음을 보여 주고 있다.

 

 

 

                                                                                                                              계속...

 

달빛-대금/임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