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에도 우리는 - 유안진
먼 훗날에도 우리는
서로 눈에 어리는 아지랑일까
앞머리 헝클리는 봄바람일까
여름 볕에 뼈가 시려
진땀나는 고독일까
왈칵왈칵 울고 가는 먹구름일까
비 오는 밤
유리창에 젖어 우는 낙엽일까
눈사태로 퍼붓는 한숨일까 탄식일까
나에겐 아직도
허망의 꿈이 되는 이여
훗날
먼 훗날에도 우리는
서로 잠 없는 별일까
새벽마다 어룽지는 풀잎의 이슬일까
The Art of William Whitaker
훗날이 오늘이다 / 유안진
나 밖을 떠도는 내가 찾아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그 우주는 어딘가
머리 속 전두엽과 후두엽사이
틈 없는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내 안에 들어와서
거꾸로 흐른 시간 안에 나를 잡아두고 싶어 하는 내눈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지 않는 눈동자
그 너머로 얼핏 잡힘 뻥 뚫린 거긴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먼 데가 가까운 데라고
훗날이 오늘이라고 고개드니
입구이자 통로이자 출구의 문인
내 눈동자 너머의 광할한 허공
여기 지금 너머
나를 열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는 훗날의 거기를
오늘 여기로 살아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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