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 김남조

창포49 2018. 8. 1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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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 김남조

     

오늘 이미 저물녘이니

나의 삶 지극민망하다

시를 이루고저 했으되

뜻과 말이 한가지로 남루이었을 뿐

생각느니 너무 오래

광야에 가보지 못하였다.


그곳은 키 큰 바람들이

세월없이 기다려 있다가

함께 말없이 오래오래

지평을 바라보아 주는 곳

그러자니 그럭저럭

성인(成人)이 좀 되어서 돌아오는 곳

 

삶의 가열한

반의 얼굴

 

혼이 굴종 당하려 하면

생명을 내던지고도 일어설

엄정한 계율을

이 시대 동서남북

어느 스승이 일깨워 주는가

 

어는듯 나는

사랑을 말하지도 않게 되고

번뇌하는 두통과도 헤어져

반수면에 수렁에서

안일 나태한 나날이다가

절대의 위급이라고.

음습한 독백에 부대끼노니

 

필연 광야에 가야겠다

그곳에서 키 큰 바람들과

말없이 오래오래

지평을 바라봐야겠다

눈과 머리와 가슴과

지쳐 드러누운 내 영혼까지

그곳에 다함께 있어야겠다

 

   
 


(Gia Tin Smurni - Stamatis Spanoud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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