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누구에게나 가을은 있다 - 최석근

창포49 2016. 12. 2. 23:47

              

              

   






누구에게나 가을은 있다 - 최석근

     

상처로 구멍 난 가을 잎을

포도(鋪道)에 쏟아 놓은 채

움츠리고 서있는 가로수만이

가을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을바람에 흩어지는

상처 난 낙엽들 사이로 걸어가는

둔탁한 발자국 소리에도

가을을 밟는 아픈 소리가 들린다

 

가슴 물들였던

아카시아 꽃잎이 밟히고

짙은 녹음을 포옹하던 가슴은

고목처럼 구멍이 생겨 찬바람이 지난다

 

철새를 보낸 휑한 나뭇가지

계절을 잃은 회색빛 도심의 거리

제 그림자를 그리움으로 밟는 발자국처럼

누구에게나 가을은 있다.

 

 



(Don’t Say Goodbye - Axel Rudi P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