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꿈을 말하지 않을 때 / 수메르 성긴 눈발에도 산은 하얗게 무너져 내렸다 세월을 호령하는 백파(白波)의 정적 협곡을 파고드는 바람에 지상 온갖 것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앞뒤가 막연하고 비탈진 벼랑이 한쪽으로 흘러내린 곳 바위틈을 돌아가는 물소리는 빛이 새어나오는 어둠을 따라 정지된 기억들을 풀어내렸다 이목을 품고 누운 자리 낭창한 잠결에서 멀리 까마귀 울음을 들었다 삶은 언제나 선택을 요구했고 어긋난 세계의 괴괴한 논리는 별 의미없는 바람의 운율이거나 잊혀진 영화의 독백처럼 말하지 않은 말들의 되새김이니 벼랑 끝에 앉아 눈먼 새를 날리듯 독선에 걸려 넘어진 결곡함과 있고 없고를 여의고 마는 제 몸안의 풍경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인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의중일 뿐 지금은 꽃의 이름을 잊어버린 계절 더 이상 꿈을 말하지 않을 때 끊임없이 진화해온 날개는 낮은 곳으로 기우는 마지막 비행이려니 한때 눈부셨던 이력을 앞세워 뜨고 지던 날개짓이 함께 저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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