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진(俗塵)의 덧없음으로

창포49 2016. 2. 1. 21:39




            속진(俗塵)의 덧없음으로 / 수메르


            계절의 정점에서 흔들리는 햇살 고양이 한 마리 쓰다듬듯 가을이 지난다 늦가을은 몰락한 가문의 초라한 밥상 같다 머물 수 없는 길 위에서 어디론가 불려갔던 바람처럼 지난날의 풍경을 꿈꾸며 흩어지는 낙엽들 현란함으로 위장된 상실감 홀연히 사라지는 비장함 끝으로 최후에 남은 감각은 슬픔이 아니었을까 행위 자체가 생의 궤적이듯이 되풀이되는 집착 말미에 깨닫게 되는 것들 타인의 존재가 몸 밖으로 빠져나간 희미한 윤곽만이 포착되는 몽환의 세계 길은 앞서간 자의 흔적이었으니 단절된 호흡으로부터의 떠남과 회귀는 그들의 영원한 명제였으리라 종말은 외부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 어긋난 통찰은 선명한 인식이 아니므로 멈춘 것도 같고 멀리 떠난 것도 같은, 산발한 바람 언저리에 낮고 음울한 정조가 지배하는 공간 속진(俗塵)의 덧없음으로 우수수 시름을 등에 업고 어디 적막한 강산에 가 눕거든 텅 빈 심연에라도 도처에 사랑을 채우지 못한 깊고 고독한 영혼의 소리를 듣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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