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朝登立石雲生足 /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 밑에

창포49 2010. 8. 23. 20:39
[소설김삿갓]. 朝登立石雲生足 /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 밑에 일고|
 

 

 

 

 

 

24.朝登立石雲生足 /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 밑에 일고

 

 

 

금강산을 찬미하는 시 한 수씩을 주고 받은

空虛스님과 김삿갓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百年知己를 만난 듯 肝膽相照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분은 모두 仙境에 노니는 詩仙이면서 大酒家이기도 했다.

연일 穀茶 대접을 받으며 空虛와 더불어 詠風弄月하던 김삿갓은

어느 날 공허스님의 뒤를 따라 立石峰에 올랐다.

 

봉우리에 오르자마자 공허스님은 경관에 취하여

시흥이 절로 솟아 오르는지  또 다시 시 짖기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번에는 시를 한 수씩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한 줄 읊거든

그 시에 對照되는 시를 한 줄씩 對句를 채우라는 것이었다. '제가 어찌 감히 스님의

시에 대를---' 하면서 겉으로는 겸손해 하지만 속으로는 얼씨구나 하고 쾌재를 부르는 김삿갓이었다.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이 발 밑에 일고
     朝登立石雲生足

 

공허스님은 산 밑에 떠도는 구름을 그윽이 굽어 보다가 이렇게 읊었다.  

참으로 실감 나는 즉흥시였다. 대구를 찾는 김삿갓은 입석봉에 오르는 도중

산 밑에 황천담이 있던 것을 머리에 떠 올렸다.

 

   저녁에 황천담의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린다.
暮飮黃泉月掛唇

 

하고 화답하였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대구라" 고 칭찬하면서

공허는 다시 시야를 둘러보고는 다음과 같이 읊는다.

 

     골짜기 소나무가 남으로 누었으니 북풍임을 알겠고
     澗松南臥知北風

 

김삿갓이 다시 화답한다.

 

     난간의 대나무 그림자 동으로 기우니 해지는 줄 알겠네.
     軒竹東傾覺日西

 

공허스님이 또 읊는다.
    
     절벽이 위태로워도 꽃은 웃는 듯 피어 있고
     絶壁雖危花笑立

 

김삿갓의 화답.

 

     봄은 더 없이 좋아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陽春最好鳥啼歸

 

공허스님이 무릎을 치며 또 다시 읊는다.

 

     하늘 위의 흰 구름은 내일의 비가 되고
     天上白雲明日雨

 

김삿갓이 應口輒對로 다시 화답한다.

 

     바위틈의 낙엽은 지난해 가을 것이로다.
     岩間落葉去年秋

 

<天上白雲>과 <岩間落葉>은 하늘과 땅을 말한 좋은 대조려니와,

<明日雨>와 <去年秋>는 더욱 멋들어진 대조가 아닐 수 없었다.

공허스님은 그럴수록 시흥이 도도해 오는지,

얼굴에 환희의 빛이 넘쳐 올랐다.   

  

 

                                                                                                                    다음에계속... 

 

 

  

 아침의소리/김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