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 헤르만 헤세
아 비, 가을비,
잿빛 너울을 쓴 산들,
지쳐 가라앉는 때늦은 이파리를 단 나무들!
뿌연 유리창을 뚫고
이별을 어려워하며 병든 한 해가 바라보고 있다.
물방울 떨어지는 외투을 입고 한기에 떨며
너는 밖으로 나간다. 길가에서
빛바랜 이파리 아래서
두꺼비와 도룡뇽이 취하여 더듬더듬 나오고
길을 따라 내리며
끝없이 물이 졸졸, 콸콸 흐르다가
풀밭 무화과나무 곁
성급한 연못에 고인다.
골짜기 교회 탑에서는
머뭇거리며 피로한
종소리가 방울방울 떨어져 내린다
사람들이 파묻고 있는 마을의 한 사람을 위하여.
그러나 너는, 사랑하는 이여,
슬퍼 말라 파묻힌 이웃을
슬퍼 말라 가버린 여름의 행복을
가버린 젊음의 굳건한 사람들을!
모두가 경건한 기억 속에 지속한다.
말 속에,모습 속에, 노래 속에 간직된다
귀환의 축제를 영원히 준비하며
새로워진, 보다 귀한 옷을 입고,
너는 간직하기를 도우라, 변화하기를 도우라,
그러면 네 마음에서 꽃이,
믿는 기쁨의 꽃이 피리라.
Memories - Richard Clayderman & Francis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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