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숨겨진 것에
더 호기심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심심할 때 풀어보는 수수께끼나 스무고개 놀이
숨은 그림 찾기 등에 열중하는 것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물보다
그것이 던져주는 알듯알듯한 안타까움이
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겠지요
.
글 쓰는 사람들은
제일 어려운 것이 시를 쓰는 일이고
두 번째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가장 쓰기 쉬운 글이 수필이고
더 쉬운 건, 이런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평론이라고 웃으시더군요.
시는 몇 개의 글자 속에
시인의 마음을 가두어야 하니
그 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시는
‘빗속의 연꽃’이라는 시입니다.
고려 때 시인 최해가 탐관오리를 빗대어 쓴 글입니다.
요즈음 신문에 올라오는 청문회에 나아갈
높으신 분들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문득 생각난 시입니다.
허겁지겁 삼키신 재물들이
갑자기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출셋길을 가로막는 모양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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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荷 우하..... 최해 崔瀣
후추 팔백 섬 쌓아두다니
貯椒八百斛 저초팔백곡
貯:쌓을 저 椒:산초나무 斛:열 말.
그 어리석음을 두고두고 비웃는다.
千載笑其愚 천재소기우
載:싣다. 笑:웃다. 愚:어리석음.
어찌해 푸른 옥으로 됫박을 만들어
如何碧玉斗 여하벽옥두
如何:어찌 해 碧玉:연잎을 이름
종일토록 예쁜 구슬 담고 또 담는가.
竟日量明珠 경일양명주
竟日:하루 종일. 量明珠구슬을 됫박질하다.
碧玉斗: 푸른 옥으로 만든 됫박. 연 잎을 뜻함.
시인이 무얼 말하고 싶어 하는지 벌써 눈치 채셨습니까?
시의 제목이 ‘빗속의 연꽃’입니다.
제목은 연꽃인데 후추 800가마로 시작합니다.
후추는 예전에 귀한 농산물로 무역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가 간에 공물과 뇌물 목록으로는 단골 품목입니다.
후추는 조미료입니다. 몇 알만 갈아도 충분하기에
그렇게 많이 쌓아둘 이유가 없었지만
이 관리는 탐욕이 아주 심했던 모양입니다.
당나라 고관인 그가 미움을 받아 쫓겨나 사형을 받고
모든 재물은 국가에서 몰수할 때
후추가 산더미같이 나온 고사를 시의 첫머리에 쓴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시인은 느닷없이
비오는 연못의 연꽃을 노래합니다.
연잎에 비가 고이면 그 무게에 못 이겨
옥같이 고운 구슬, 물방울을 도르르 굴려 보냅니다.
또 고이면 또 쏟아버리고.
하루 종일, 비그을 때까지 계속하지요.
저게 진짜 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돈 없는 시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깝다고 버리지 않으면
연잎 대가 부러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아깝지만 분수에 넘치면
되돌려 보내야 하는 모양입니다.
욕심을 버려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kyunggi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