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바람에게 / 유치환

창포49 2014. 8. 22. 20:08


 

 

 

 

바람에게 - 유치환

 

 

바람아, 나는 알겠다.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또 나의 얼굴을 스쳐 가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나의 영혼의 깊은 데까지 닿은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나의 모나리자!

어디에 어찌 안아 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한 오리 풀잎마다 부여잡고 흐느끼는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