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겨울나무/ 도종환

창포49 2013. 12. 30. 00:23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