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선화에게/정호승

창포49 2013. 12. 2. 18:59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외로워서 사람입니다./ 공지영

    되돌아보면 진정한 외로움은 언제나
    최선을 다한 후에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거리를 기웃거리는 외로움과는 다른 것입니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려고 애쓰다 보면
    언제나 외롭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럴 때 그 외로움은
    나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우리는 외로우니까 글을 쓰고 외로우니까 좋은 책을 뒤적입니다.
    외로우니까 그리워하고 외로우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어떤 시인의 말대로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사람인 모양입니다.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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