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 R. Frost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의 바람이 매섭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이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오늘은 천천히 전개하여라 하루가 덜 짧아 보이도록 하라 속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마음을 마음껏 속여 보아라 새벽에 한 잎 정오에 한 잎씩 떨어뜨려라 한 잎은 이 나무, 한 잎는 저 나무에서 자욱한 안개로 해돋이를 늦추고 이 땅을 자줏빛으로 흘리게 하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미 서리에 말라버린 포도나무 잎새를 위해서라도 주렁주렁한 포도송이 상하지 않게 담을 따라 열린 포도송이를 위해서라도 October - Robert Frost
O hushed October morning mild,
Thy leaves have ripened to the fall;
Tommorrow's wind, if it be wild,
Should waste them all.
The crows above the forest call;
Tomorrow they may form and go,
O hushed October morning mild,
Begin the hours of this day slow.
Make the day seem to us less brief.
Hearts not averse to being beguiled,
Beguile us in the way you know.
Release one leaf at break of day;
At noon release another leaf;
One from our trees, one far away
Retard the sun with gentle mist;
Enchant the land with amethyst.
Slow, slow!
For the grape's sake, if they were all,
Whose leaves already are burnt with frost,
Whose clustered fruit must else be lost----
For the grape's sake along the wall.
시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시월 /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10월 / 토머스 베일리 올드리치 10월이 내 단풍나무 잎들을 금빛으로 물들였어요 이제 거의 떨어져 나가 여기 저기 한 잎씩만 남아 있네요 머잖아 남은 잎들마저 힘없는 가지에서 떨어지겠지요 죽어 가는 수전노의 손가락에서 동전들이 미끌어 떨어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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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이외수 이제는 마른 잎 한 장조차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 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낸 부처님 눈썹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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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기형도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개의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굴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잠시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 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追憶들은 갑자기 거칠어 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 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 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 였던 때가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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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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