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 강백년(조선)|

창포49 2018. 12. 7. 05:54

                                                                                           





      * 섣달 그믐 / 강백년(조선)

      술 다 마시고 등불이 사그라지도록 잠을 못 이뤄
      새벽종이 울린 뒤에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 여전하네
      내년에는 오늘 밤 같은 섣달 그믐이 없어서가 아니고
      나도 사람인지라 가는 해가 아쉬워서라네




      * 세모 / 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