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다 마시고 등불이 사그라지도록 잠을 못 이뤄 새벽종이 울린 뒤에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 여전하네 내년에는 오늘 밤 같은 섣달 그믐이 없어서가 아니고 나도 사람인지라 가는 해가 아쉬워서라네
* 세모 / 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