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詩) - 김춘수
왜 저것들은 소리가 없는가
집이며 나무며 산이며 바다며
왜 저것들은
죄 지은 듯 소리가 없는가
바람이 죽고
물소리가 가고
별이 못 박힌 뒤에는
나뿐이다 어디를 봐도
광대무변한 이 천지간에 숨쉬는 것은
나 혼자뿐이다
나는 목메인 둣
누구를 불러볼 수도 없다
부르면 눈물이
작은 호수만큼 쏟아질 것만 같다
이 시간
집과 나무와 산과 바다와 나는
왜 이렇게도 약하고 가난한가
밤이여
나보다도 외로운 눈을 가진 밤이여
..
(One More Time - Laura Pausini)
